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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예측 밖이었던 2023년 IT 트렌드, 2024년은 어떨까

Written by DT | 2024. 2. 7 오전 6:33:52

2023년은 IT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화한 한 해였습니다. 작년말 오픈AI의 챗GPT 등장 후 1월부터 빅테크 기업과 여러 스타트업, 학계 등은 숨가쁘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던 AI는 순식간에 일반 대중에게 다가갔습니다.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생성형 AI의 해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트렌드 주체의 극적인 역전 '챗GPT'

 

그 해를 관통하는 트렌드는 1년 사이 자본과 욕망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2021년 NFT, 2022년 메타버스 등이 그 해의 투자 유행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FT는 창작자와 사용자의 수익 보장이란 키워드를 가진 ‘웹3’ 용어 안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NFT는 이후 가상세계 ‘메타버스’ 내 경제활동 수단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NFT와 메타버스란 유행은 어찌 보면 당시 시대적 현상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주요 국가의 정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풀었습니다. 이는 거대한 자본 유동성을 시장에 흘려보냈고, 자본금은 기존 투자처에서 넘쳐 새로운 투자 수단을 찾았습니다. 메타버스는 인류에게 강요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일상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대면 소통의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것입니다. 

 

챗GPT는 이전의 트렌드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욕망이나 시대정신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인류 의도와 전혀 별개로 움직이며 성장하다 어느 순간 눈앞에 등장해 트렌드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중 발표된 가트너의 2023년 10대 전략 기술 전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1. 당시는 챗GPT 출시 한달 전이었는데, 가트너는 생성형 AI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적응형 AI란 기술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지만, 챗GPT 같은 본격적인 생성형 AI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가트너뿐 아니라 여러 시장전망 보고서가 생성형 AI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챗GPT 등장 전 AI는 알파고를 통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으로 크게 끓어올랐다가 열풍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일부 변덕 심한 투자자들은 매해 새로운 투자처를 선점하려 이동했는데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을 만들겠다며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로 도전장을 던졌던 오픈AI는 주요 창업 멤버인 일론 머스크의 이탈 후 투자자를 찾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을 정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민 손이 아니었다면 오픈AI의 챗GPT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AI가 수면 아래의 고요한 흐름으로 내려갔었다는 얘기입니다.

 

오픈AI의 GPT가 이전에 없다가 갑자기 탄생한 건 아닙니다. 수년간 시선 밖에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잠재력은 이미 예견됐습니다. 몇년전부터 GPT-2, GPT-3의 등장에 AI 분야 전문가들은 그 성능에 놀라고 흥분하면서도 조금씩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었습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불리게 된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는 2017년 ‘Attention is All You Need’란 연구논문을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전문가의 주제였던 LLM은 그러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란 소통 창구를 통해 대중과 만나게 됩니다. 이미 준비된 답변을 내뱉는 대신 사람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답안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그 품질이 사람의 창작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기도 합니다. 그 놀라운 성능을 컴퓨터과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도 경험하게 되면서 ‘생성형 AI’란 키워드가 폭발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과 전문지식의 경계를 허물어뜨렸습니다.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 고된 수작업으로부터 해방 등 빛나는 전망이 등장했지요. 그 반대편에서 일자리 감소, 저작권 침해 문제, 비윤리적 콘텐츠 확산, 인간성 상실 등 격렬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아직도 두 입장의 격론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생성형 AI를 받아들이는 자세

 

그렇다면 2024년은 어떨까요? 챗GPT와 오픈AI가 계속해서 세상을 혁신의 사이클로 몰아넣을 수 있을지가 궁금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8월 가트너에서 발표한 이머징 테크놀로지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보고서가 흥미롭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하이프 사이클 5단계 중 기대감이 정점에 달한 상태(Peak of Inflated Expectations)로 분류되는 2단계에 자리했습니다. 또 앞으로 2~5년 내에 혁신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생성형 AI는 보다 범위가 넓은 이머전트(Emergent) AI에 포함됐으며, 이는 새로운 혁신 기회를 제공하는 핵심 트렌드로 꼽혔습니다2.

 

가트너 이머징 테크놀로지 하이프 사이클은 매년 2,000개 이상의 기술 및 응용 프레임워크에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반드시 알아야 할 떠오르는 기술을 간결하게 정리해 보여줍니다. 하이프 사이클에 포함된 잠재력 높은 기술은 초기 단계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정점을 지난 뒤 기술 재평가와 실질적 성과에 따라 하락곡선을 타고 내려가며, 일상에 스며들며 주요 기술 자리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동안 많은 기술이 최고조의 기대를 받다가 재평가 과정에서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사멸되곤 했습니다.

 

생성형 AI가 하이프 사이클 최정점에 있다는 건 그만큼의 폭발적 관심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기대감이 앞으로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발전 방향이 불확실하고, 어떻게 상황이 바뀔 지 모르기 때문에 섣부르게 신흥 기술에 과도하게 투자하기보다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생성형 AI에 접근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가트너 2023년 이머징 테크놀로지 하이프사이클 그래프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거품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 거품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건 전세계 산업의 생태계가 생성형 AI를 중심 축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로 재편성될 것이란 점입니다. 생성형 AI는 빠르게 일상에 다가왔고, 그 적용 범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이메일, 팀즈 등에 오픈AI GPT-4에 기반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을 11월 7일 정식 출시했습니다. 구글도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듀엣AI' 기능을 상용화했습니다. 

 

각 기업의 고객 서비스 채널로 자리잡은 '챗봇'은 생성형 AI로 매우 빠르게 교체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나 앱도 생성형 AI 기능을 앞다퉈 추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무수한 디지털 서비스들이 생성형 AI를 너나할 것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AI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text to image' 이미지 생성 AI 모델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린 것인지 AI가 그린 것인지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서, 촬영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음성을 인식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음성을 합성하는 AI 모델도 발전하고 있고,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AI 모델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IT 트렌드 

 챗GPT를 만든 오픈AI조차도 그 폭발적 반응과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챗GPT는 GPT-3.5 모델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 목적으로 만들어 외부에 공개한 서비스였습니다. 그 누구도 미래를 속단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11월 17일부터 22일까지 5일동안 벌어진 오픈AI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일반인공지능(AGI)의 등장을 두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두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낙관론적 입장을 견지한 자본이 AI의 발전에 연료를 거세게 부어 넣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습니다. 결국 해고됐던 샘 알트먼(Sam Altman)이 오픈AI CEO로 복귀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이는 생성형 AI와 AGI 출현은 쉽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조류란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미래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가트너는 2026년 80% 이상의 기업이 생성형A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및 모델을 사용하거나 프로덕션 환경에 생성형AI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2 이는 올해초 5% 미만이었던 수치에서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IDC는 11월1일 발표한 'IDC FutureScape: 전세계 IT 산업 2024 예측' 보고서에서 IT산업의 미래에서 AI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했습니다3. 10가지 예측 항목은 모두 생성형 AI와 관련됩니다. 인프라스트럭처부터 기업 조직, 경험 등에 이르기까지 AI로 인해 중대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IDC는 "AI가 혁신의 원동력이 되면서,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에 적응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AI 지출의 급속한 증가, IT 서비스의 변화, AI 솔루션의 융합은 기술 환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조언했습니다.

 

 IT 분야만 해도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기업이나 조직, 개인이 사용하게 될 개별 생성형 AI 모델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거셀 것입니다. 문제는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PaLM, 메타의 라마2 같은 이른바 '파운데이션 모델'에 최신 정보와 전문 지식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과 미세조정(Finetuning) 등의 기법을 동원해 LLM을 사용 사나리오에 맞게 최적화하는 AI 모델 엔지니어링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의 기밀이나 개인정보를 생성형 AI에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표출시킬 것이냐에 대한 AI 안전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입니다. 반사회적 이거나 비윤리적 표현이 생성형 AI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용자가 그에 맞는 등급의 데이터 수준으로 생성형 AI에서 답변을 받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IT 인프라 자체도 생성형 AI를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이미 코파일럿을 통해 인프라 구성과 배포, 관리 등을 할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다양한 인프라 운영 시스템이 자연어 명령을 기반으로 바뀌고, 많은 부분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이미 생성형 AI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생성형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생성한 코드가 애플리케이션 소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앱과 서비스의 인텔리전스화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은 AI를 적절한 요소에서 활용하고, 변화에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이 수행해온 반복적 노동 외에 상당수의 업무들이 AI로 대체돼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만 트렌드를 이루지 않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내년 애플 비전프로란 개인소비자용 디바이스의 출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플 비전프로 자체가 얼마나 획기적인 반향을 일으킬 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메타의 퀘스트 외에 메타버스 소비자 시장의 저변을 넓힐 디바이스가 별로 없었다는 점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특화 디바이스가 많아지면 사용자도 늘어나고, 그를 기회로 사업하려는 기업과 개발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클라우드는 각 산업별로 일반적 서비스를 수직 결합시킨 '산업 클라우드'의 본격적 채택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트너는 올해 15% 미만이었던 기업의 산업클라우드플랫폼(ICP) 사용률이 2027년 7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2. 산업 클라우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번들 오퍼링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기능을 모듈처럼 구성해 산업별 사업 시나리오를 지원합니다. 

 

2024년은 과거 어떤 해보다 불투명하게 보입니다. 생성형 AI가 어디로 튈 지 모르고, 세계 경제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각종 정치적, 사회적 변수가 상존합니다. 어느정도 겁을 먹어야 하겠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명히 어느 지점에 기회가 존재합니다. 주의 깊게 변화의 양상과 맥락을 살피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준비하면 실패와 좌절에서 비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줄 요약

1.  22년 말 오픈AI의 챗GPT 등장 후 1월부터 빅테크 기업과 여러 스타트업, 학계 등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혁신을 선보였고, 이에 따른 낙관론, 비관론이 존재함. 

2.  2024년에는 기업, 조직, 개인이 생성형 AI 모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AI 안전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측됨.

3.  어느때보다 불투명한 2024년에는 주의 깊게 변화의 양상과 맥락을 살피며 때에 맞춰 기회를 잡하야 함. 

 

김우용 기자 (지디넷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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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Gartner, Gartner Top 10 Strategic Technology Trends for 2023, 2023.10.17.

2.  지디넷코리아, 가트너 ”생성형 AI 기대감 최고조”, 2023.08.17.

3.  IDC, IDC FutureScape: Worldwide IT Industry 2024 Predictions, 2023.10.